
한국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몇 가지 빠질 수 없는 대표적인 대결구도는 역시 ‘무한도전 vs 1박 2일’일 것이다. 사실 두 프로그램의 출연자들끼리는 그렇게 큰 유감이 없을 것 같은데 막상 팬들끼리 이렇게 치고 받는 구도가 하루이틀의 일이 아니니, 앞으로도 이것이 크게 개선되리라 생각지는 않는다. 여하간, 이러한 구도를 떠나서 2010년 9월 4일에 방송된 무한도전 WM7 최종회 상편에 대한 감상을 좀 적으려고 한다.
우선 감동적이었다는 점은 인정하겠다. 그런데 이 감동은 어디까지나 출연진들의 최선을 다하는 모습 때문이었다. 이 감동이 출연진들이 처할 수 있는 위험을 고려해보았을 때 동시에 씁쓸한 성격을 가지는 감동이 될 수도 있으며, 심하게는 짜증으로 바뀔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번 무한도전 WM7은 비록 흥행에는 성공하였을지언정 ‘좋은 예능’으로서의 표준을 보여주지는 못했다고 생각한다. 특히 한 장면을 지적해서 이야기할 필요가 있겠다. 싸이의 「연예인」이 정형돈의 위험한 상황과 오버랩된 장면을 두고 감동적이었다는 평도 있었지만, “역겨웠다”는 반응 역시 적지 않다. 개인적으로 이 장면에서 정형돈에게 안쓰러운 느낌을 더 갖게 되는 면은 있지만 꼭 이렇게까지 해야 했나 싶기도 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장면에 대해서, WM7 특집 전반에 대해서 상반된 두 반응은 비록 같은 장면, 방송에 대한 반응이지만 서로 다른 대상을 본 것이기 때문에 이것이 굳이 ‘무도빠 vs 무도까’의 구도로 이어질 필요가 없다는 점을 지적해두고 싶다. 감동적이었다는 것은 무한도전 출연진이 몸이 만신창이가 되고 정말 향후 활동에 심각한 지장을 줄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고 노력을 했다는 것이고, 역겨웠다는 것은 그렇게까지 이끈 무한도전 제작진의 태도 등에 대한 것으로 보인다. 출연진의 상태는 말이 아니었다. 특히 정준하, 정형돈의 상태는 심각해서 차라리 조작이었으면 하고 바란다고 해도 조작이라 하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이렇게까지 출연진이 혹사당해도 되는 것인가. 결국 지금 엇갈리는 시청자들의 반응은 초점이 출연진이냐, 제작진이냐에 따른 차이일 것이다. ‘무도빠 vs 무도까’의 구도만으로 이해될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앞에서 지적하였지만, 방송에서 출연진이 이렇게 혹사당해도 되는 것인가에 대한 재고가 심각하게 요구된다. ‘리얼버라이어티’가 예능의 대세가 된 이래로 출연진들이 방송을 하면서 온몸이 젖도록 땀을 흘리는 것은 예사가 되고, 심지어 위험한 상황에 처하는 일도 방송을 주의깊게 보면 몇 차례 발견하게 된다. 꽤 많은 평론계의 블로거들이 지적한 사항인데, 아무리 무한도전이라도 이번 WM7만큼은 정말 아니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다고 생각한다. 일전에 「남자의 자격」에서도 마라톤을 하면서 이윤석이 상당히 힘들어했던 모습을 본 일이 있었는데, 그런 류의 장면들을 아무리 편집으로 커버한다고 해도 감동이 될 선은 정해져있다. 감동을 넘어서 위험하다는 느낌이 들면, 감동이 불만으로 바뀌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기본적으로 예능이란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해서 제작하는 것 아닌가?
무한도전 WM7이 앞으로 초래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장 큰 문제점은 시청자들이 따라할 수도 있다는 것보다 이 글에서 줄곧 말해온 부분에 있다. (특히 출연자들에게) 더욱 더 위험한 도전이 요구될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지금 WM7 특집은 시청자들에게 출연진이 촬영 과정에서 경각심을 심어주는 효과를 주었기 때문에 위험한 도전에 대한 시청자 수요가 생각보다 증가하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해보지만, 예능 간의 경쟁구도가 유례없이 치열한 현재의 한국 방송계에서 WM7 못지않게 출연진에게 위험 부담이 큰 기획이 나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할 수가 없다. 위험한 방송촬영으로 인해 잃은 아까운 사람들이 한둘인가, 다시 곱씹어보게 된다. 故 장정진 성우의 일을 잊은 것은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이쯤에서 시청자들은 감동을 느끼는 한편 출연진의 입장이 되어볼 필요가 있다. 이렇게 목숨을 걸어서까지 ‘그대의 연예인’이 되는 것이 정녕 의무인가?
이런 생각 때문에 무한도전 WM7의 기획의도 자체를 한번 의심해보게 된다. 혹시 시청자들에게 일종의 충격요법을 주기 위해서 기획한 것은 아닐까. 그런 의심을 하는 것 자체가 어쩐지 출연진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너무하지 않은가. 연예인들을 두고 공인입네, 사회에 일정한 의무와 책임이 있다고 하는데 사회에 대한 의무와 책임은 연예인이나 공인으로서가 아니라 국민으로서 갖는 것이다. 그리고 연예인은 냉정하게 말하면 공인이 아니라 ‘연예 활동을 통해 이윤을 추구하는’ 직업인이다. 무한도전 WM7, 출연진에게는 아낌없이 박수를 보내고 눈물을 흘리겠지만 제작진에게는 고운 시선을 보내기가 어렵겠다. 다시는 이런 기획이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아니, 정말이지 부탁한다.
* 레슬링이 위험한 스포츠이기도 하려니와, 이것을 아무리 1년간 했다고 해도 시간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고 체계적인 훈련이 어려운 연예인들이 소화하기에는 분명 어려웠을 것이다. 여하간 이런 점에서 무한도전 출연진에게는 거듭, 거듭 박수를 보낸다.
** 다음주 최종회 하편만 방영되면 종료되겠지만, WM7은 출연진의 위험부담에 관한 문제뿐만 아니라 이전에 제기된 ‘출연료’ 문제도 있어서 구설수가 적지않은 특집으로 기억될 것 같다.




최근 덧글